당초 12일 예정됐던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가 결국 연기됐다. 우려했던 대로 개정안 심의 당일,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홍콩 정부는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벌이는 수 만명의 홍콩시민(사진제공=연합뉴스)
 
도심 도로 점거 시위, 2014년 ‘우산 혁명’ 연상
 
지난 9일 100만 명 가량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규모는 2차 심의 당일 오전이 되자 수만 명으로 확대됐다.
 
'범죄인 인도 법안 철회’를 두고 시위 양상은 격화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대규모 시위대는 홍콩 입법회와 정부청사 건물이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교사, 사회복지사, 예술가, 기업가, 항공사승무원까지 각계각층의 시위대 상당수가 검은 옷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 바리게이트를 쳤다.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기업체들은 동맹파업까지 선언하며 시위 양상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경찰들의 시위대 통제도 쉽지 않을 만큼 긴장감이 고조됐다.
 
결국 홍콩 정부는 일단 심의를 연기했다. 당국은 성명을 내고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된 2차 심의 개시가 연기됐다”며 “입법회 사무국이 추후 변경된 2차 심의 개시 시간을 의원들에게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입법회는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와 61시간 토론, 20일 3차 심의와 표결에 들어가는 것으로 강행할 예정이었다.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으로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다고 허용하는 내용이다.
 
다만 개정안은 중국 본토 정부가 악용할 가능성이 커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홍콩 내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 반체제인들을 송환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다. 또 홍콩시민 뿐 아니라 홍콩에 있는 외국인, 여행객까지도 잠재적 인질의 가능성이 있어 영국·미국·캐나다 등 12개국에서도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됐다.
 
한편 이번처럼 시위대가 도심 도로를 점거한 경우는 2014년 ‘우산 혁명’ 이후 처음이다. 정부를 향한 결연한 반대 의지를 짐작케 하는 이유다. ‘우산 혁명’은 당시 홍콩 행정장관의 완전 직선제 등을 요구하기 위해 79일 동안 홍콩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였다.
 
홍콩 정부의 2차 심의 연기 결정은 '제2의 우산 혁명’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격화된 시민들의 시위가 홍콩 정국을 마비시키고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앙정부에 부담을 줄 것을 일단 예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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